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반구대 암각화가 매년 침수되는 이유: 사연댐과의 엇갈린 운명

by 루피선장 2025. 6. 23.

유네스코 단어가 있는 사진(반구대 암각화 잠정목록 등재)

7000년 전의 인간이 바위에 새긴 삶의 흔적. 그리고 현대인이 만든 물길이 그것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울산 울주군의 깊은 계곡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國寶 第285號)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래사냥 장면이 묘사된 선사시대 암각화입니다.

하지만 이 유산은 지금도 해마다 수개월간 침수되며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울산의 상수원인 사연댐입니다.
이 글에서는 암각화와 댐이 얽힌 역사, 침수의 원인, 그리고 사회적 갈등과 대응 과정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 반구대 암각화, 어디에 있는가?

  •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 발견: 1971년, 서울대 김정학 교수에 의해 처음 알려짐
  • 특징: 선사시대 고래 사냥 장면 포함 약 300여 개의 바위 그림
  • 지정: 국보 제285호 (1995년)

이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고래 사냥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는 매우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 사연댐, 암각화의 운명을 바꾸다

댐 건설 당시에는 암각화의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시기였으며, 암각화는 댐 완공 이후 1971년에 뒤늦게 발견되었습니다.

  •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 완공: 1966년
  • 댐 형식: 콘트리트 중력식
  • 용도: 생활용수 공급

사연댐은 울산시민 약 120만 명의 식수원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댐의 수위는 항상 높게 유지돼야 하며, 이로 인해 댐 하류 약 1.5km 지점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되는 것입니다.

✅ 왜 매년 침수될까?

🔹 침수 메커니즘

  1. 태화강 상류에 비가 많이 오면 사연댐 수위가 상승
  2. 사연댐은 자연형 구조로 방류 조절이 제한됨
  3. 수위가 높아지면 댐 하류의 대곡천 수위도 동반 상승
  4. 그 결과, 반구대 암각화가 연간 6~8개월 침수

📌 암각화는 물속에 잠기면 이끼, 조류, 풍화작용 등으로 인해 급속히 훼손됩니다.

✅ 문화유산과 식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

🔹수십 년 간 이어진 갈등

입장 주장
문화재청, 학계 암각화 보호를 위해 댐 수위를 조절하거나 방수벽을 설치해야 한다
울산시, 수자원공사 수위 낮추면 시민 식수 부족 우려, 방수벽 자연경관 훼손, 관리비용 부담
이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정부 기관 간의 협의도 공공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 대응책은 무엇이었나?

1. 대곡천 수문 설치 (2021년 완공)

  • 수문 개방을 통해 장마철 침수 속도 완화
  • 연간 침수 기간을 6개월 → 4개월 수준으로 단축 (일부 개선)

2. 암각화 복제 전시관 건립

  • 대곡암각화박물관에서 1:1 복제품 전시
  • 실제 암각화를 보기 어려운 시기에도 대체 체험 가능

3. 장기적 댐 운영 개편안 논의 중

  • 암각화 보존을 위한 전용 관정(지하수 대체 공급) 검토
  • 울산 제2수원지 개발 논의로 일부 식수 분산 가능성 제시

✅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반구대 암각화는 201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되었고,되었으나,
보존 상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본등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등재 조건으로 다음을 요구합니다:

  • 침수 방지 등 안정적 보존 상태 확보
  • 원형성 및 진정성 유지
  • 지역 사회의 적극적 보호 의지

 

✍️ 마무리하며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는 7000년 전의 인간과 자연, 예술이 남긴 시간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사연댐’은 오늘날 120만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물의 생명선입니다.

이 둘은 서로 맞서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을 찾아야 할 숙명적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