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년 전의 인간이 바위에 새긴 삶의 흔적. 그리고 현대인이 만든 물길이 그것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울산 울주군의 깊은 계곡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國寶 第285號)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래사냥 장면이 묘사된 선사시대 암각화입니다.
하지만 이 유산은 지금도 해마다 수개월간 침수되며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울산의 상수원인 사연댐입니다.
이 글에서는 암각화와 댐이 얽힌 역사, 침수의 원인, 그리고 사회적 갈등과 대응 과정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 반구대 암각화, 어디에 있는가?
-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 발견: 1971년, 서울대 김정학 교수에 의해 처음 알려짐
- 특징: 선사시대 고래 사냥 장면 포함 약 300여 개의 바위 그림
- 지정: 국보 제285호 (1995년)
이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고래 사냥 암각화’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는 매우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 사연댐, 암각화의 운명을 바꾸다
댐 건설 당시에는 암각화의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시기였으며, 암각화는 댐 완공 이후 1971년에 뒤늦게 발견되었습니다.
-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 완공: 1966년
- 댐 형식: 콘트리트 중력식
- 용도: 생활용수 공급
사연댐은 울산시민 약 120만 명의 식수원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댐의 수위는 항상 높게 유지돼야 하며, 이로 인해 댐 하류 약 1.5km 지점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되는 것입니다.
✅ 왜 매년 침수될까?
🔹 침수 메커니즘
- 태화강 상류에 비가 많이 오면 사연댐 수위가 상승
- 사연댐은 자연형 구조로 방류 조절이 제한됨
- 수위가 높아지면 댐 하류의 대곡천 수위도 동반 상승
- 그 결과, 반구대 암각화가 연간 6~8개월 침수됨
📌 암각화는 물속에 잠기면 이끼, 조류, 풍화작용 등으로 인해 급속히 훼손됩니다.
✅ 문화유산과 식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
🔹수십 년 간 이어진 갈등
입장 | 주장 |
문화재청, 학계 | 암각화 보호를 위해 댐 수위를 조절하거나 방수벽을 설치해야 한다 |
울산시, 수자원공사 | 수위 낮추면 시민 식수 부족 우려, 방수벽 자연경관 훼손, 관리비용 부담 |
정부 기관 간의 협의도 공공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 대응책은 무엇이었나?
1. 대곡천 수문 설치 (2021년 완공)
- 수문 개방을 통해 장마철 침수 속도 완화
- 연간 침수 기간을 6개월 → 4개월 수준으로 단축 (일부 개선)
2. 암각화 복제 전시관 건립
- 대곡암각화박물관에서 1:1 복제품 전시
- 실제 암각화를 보기 어려운 시기에도 대체 체험 가능
3. 장기적 댐 운영 개편안 논의 중
- 암각화 보존을 위한 전용 관정(지하수 대체 공급) 검토
- 울산 제2수원지 개발 논의로 일부 식수 분산 가능성 제시
✅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반구대 암각화는 201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되었고,되었으나,
보존 상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본등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등재 조건으로 다음을 요구합니다:
- 침수 방지 등 안정적 보존 상태 확보
- 원형성 및 진정성 유지
- 지역 사회의 적극적 보호 의지
✍️ 마무리하며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는 7000년 전의 인간과 자연, 예술이 남긴 시간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사연댐’은 오늘날 120만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물의 생명선입니다.
이 둘은 서로 맞서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을 찾아야 할 숙명적 대상입니다.